저는 24살에 시집오자마자 첫 아이를 낳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남편은 외항선을 타고 나가면 1년에 한 번 집에 올 수 있었고,
지금도 무슨 팔자가 그런지 남편은 계속 나가서 집에 자주 못 오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고 있네요.
 
이렇게 기댈 남편도 없이 애 둘을 키우며 시부모님을 모신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몸살에 걸려 끙끙 앓아도 쉬라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밥해놓고 들어가 누우라고 말씀하시는 시어머님을 모셨으니 제 인생이 어떤 인생이었겠습니까?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하고 그야말로 식모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저는 아직도 하루 세 끼를 꼬박 차리고 남편 도시락 싸고 시집간 딸 반찬까지 뒤치닥거리하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나이가 벌써 57살이 되었네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제 애들 다 키워서 시집, 장가 보내놓고 놀러도 다니고 마음대로 살던데 저는 시집와서부터 집에서만 생활해서 친구 하나 없고, 갈 곳도 없고, 지긋지긋한 밥상 차리기로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갱년기가 지나가면서 살이 쪄서 맞는 옷도 없고, 무릎은 벌써 아파서 계단 내려갈 때에도 어기적거리며 난간을 잡아야 내려갈 수 있고, 이제 등산은 꿈도 못 꾸게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마음에 병이 생기더군요.
서울대병원에 심리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할 상황까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큰딸이 끊어준다며 체형교정원에 데리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이런게 뭐가 소용이 있겠나 싶어서 헛돈쓰지 말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그랬더니 딸이 일단 다녀보라며 무작정 돈을 내주더라고요.
너무너무 아까웠지만 딸이 끊어줬으니까 마음이 고마워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원장님이 시키는 굴신운동도 잘 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가면 할 일이 너무나도 많고 귀찮고 힘들어죽겠는데 왜 집에 가서까지 운동을 하라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딸애가 또 난리를 치더라고요.
원장님이 시키는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계쇽 아프다고 뭐라고 하지 말라고요.
그래서 딸이 볼 때에만 굴신운동을 하는척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제가 계단을 그냥 내려가고 있는겁니다.
저는 제가 그러고 있는줄도 몰랐네요.
원장님은 갈 때마다 요즘 어떠냐고 물어보면서 처음에 제가 말했던 증상을 하나씩 꼼꼼히 점검합니다.
그래서 요즘 계단내려갈때에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생각해보니 난간 안 잡고 그냥 내려가고 있는겁니다.
물어보지 않았다면 제가 그런줄도 모르고 있을뻔 했네요.
 
게다가 저는 만성 위염을 달고 살았습니다.
처녀 때부터 자주 체하고, 화장실도 자주 가고 그랬는데 저는 그냥 제 체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원장님이 이것도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체형교정을 꾸준히 받다 보니까 위가 쓰린 것도 덜해졌네요.
꾸준히 약처방을 받고 있었는데 요즘은 약 안 먹어도 속이 안 쓰리네요.
 
이렇게 한번씩 체형교정원에 와서 관리받는 것도 내 인생에 무슨 호강인가 싶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비싸다고 딸한테 뭐라고 했는데 원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이제는 어머님을 위해서 사세요 라고요.
누구도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그래야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1년째 꾸준히 체형교정원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피부관리 받듯이, 정기검진을 받듯이 그렇게 다니고 있습니다.
저처럼 이제 자식 다 키워놓은 엄마들이, 평생 가족들만 위해서 사느라 자기 몸은 돌보지도 못하고 돈쓰기도 아까워하는 엄마들이 이제는 저처럼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같은 엄마들이 몸이 아프다고 누가 간호해주기나 하겠어요?
내 몸은 내가 챙기는 게 맞는것 같습니다.
 
괜히 큰 병에 걸려서 병원에서 큰 돈 들이고, 자식들 눈치보고 돈에 쪼들리느니 저는 그냥 이렇게 체형교정원 꾸준히 다니면서 점검받으렵니다.
글재주도 없고 말주변도 없는데 자식들보다 더 나를 살뜰히 챙겨주는 원장님한테 고마워서 몇 자 적어봅니다.